효율적인 한국형 증거개시제도(K-Discovery) 도입을 위해서는 ‘공정성 확보’, ‘실체적 진실 발견’ 등 제도 도입의 취지와 잠재적 부작용(영업비밀 유출, 소송비용 증가 등) 사이에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더욱 정교한 법개정 모델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박환성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22일 한국국제지식재산보호협회(AIPPI Korea, 회장 안성탁)가 개최한 ‘2025 동계세미나’에서 박환성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K-Discovery 입법 논의’ 발표를 통해 “영업비밀 유출, 해외기업의 소송 남발, 소송비용 증가 등 반대론자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폭넓은 의견 수렴과 함께 디스커버리의 순기능인 분쟁의 조기 해결, 예측가능성 제고 등에 대해 사회적으로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또한 “K-Discovery 도입을 위해 특허법 개정안 외에도 민사소송법,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등 다양한 법률안이 동시에 발의돼 계류중”이라면서 “해당 법률간 명학한 관계 정립과 함께 영업비밀 보호조치, 명령 불이행시 제재 방안 등 주요 쟁점에 대한 통일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환성 변호사는 “현재 도입 예정인 K-Discovery의 경우 전문가 사실조사는 독일 및 프랑스 제도를, 법정외 진술녹취 및 자료보전명령은 미국 제도를 혼합해 참고하고 있다”라며 “해외의 사례들을 벤치마킹 모델로 삼되, 국내 민·형사 소송제도 및 산업계 현실을 고려한 맞춤형 제도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특허법상 증거조사 제도개선’을 주제로 발표한 최승재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도 “현재 민사소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특허소송 단계의 증거조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특히 증거조사의 순서와 판사의 직권 증거조사 범위를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정확한 증거 확보와 함께 불필요한 소송 지연을 막고 신속한 분쟁 해결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한국국제지식재산보호협회(AIPPI Korea)가 22일 대한변리사회관에서 개최한 ‘2025 동계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AIPPI Korea 안성탁 회장은 “최근 활발히 논의되는 K-Discovery 제도가 실질적으로 지식재산권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향후 세밀한 보완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라며 “앞으로도 AIPPI는 주요 IP 이슈를 발굴하고 논의하는 길잡이 역할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제지식재산보호협회(AIPPI) : 1897년 설립된 국제지식재산 전문가 단체로 현재 110개국 9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매년 다양한 IP 세미나와 네트워킹 행사를 통해 회원들간 활발한 토론과 교류의 장을 제공하고 있으며, 새로운 IP 쟁점에 대한 국제적인 학술 연구를 선도해 WIPO, 각국 특허청 등의 IP 정책 수립 및 국제적인 통일화(Harmonization)에 기여하고 있다. 한편, AIPPI Korea(회장 안성탁)는 1969년에 설립된 이후 세계총회 , 한중일3국회의 등 국제 세미나 , 국내 세미나 및 교류행사를 활발하게 개최해왔다.
지식재산권 관련 4대 이슈… ’25년 AIPPI 세계총회 결의문
이번 ‘2025 AIPPI 동계 세미나’는 지난 9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AIPPI 세계총회에서 채택된 글로벌 지식재산권 핵심 결의안을 국내 실무자들과 공유하고, 최근 국내 지식재산 분야의 최대 화두인 ‘K-Discovery(한국형 증거개시제도)’의 입법 현황과 시사점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5년 요코하마 AIPPI 세계총회 결의문은 ▲국가 비상사태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특허권자의 허락 없이도 특허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강제실시권’ ▲적법하게 판매된 상표권 제품의 재판매 시 발생하는 권리 제한과 관련한 ‘상표권 소진’ ▲생성형 AI가 산출한 결과물의 저작권 보호 여부와 인공지능 학습에 사용된 저작물의 권리 침해에 관한 ‘AI와 저작권’ ▲가처분 단계에서 피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요건 등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최신 IP 가이드라인을 담고 있다.
우선, ‘강제실시권(Compulsory licensing)’의 발동 요건과 절차에 대한 AIPPI 결의안 설명자료를 통해 임혜경 변리사(리앤목 특허법인)는 강제실시권이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권리자에게는 적절한 보상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국제적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최승재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가 ‘AI와 저작권’ 주제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상표권 소진(Exhaustion of trade mark rights)’과 관련해 홍정훈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상표권자가 제품을 처음 시장에 내놓은 이후에는 원칙적으로 그 제품의 유통을 통제할 수 없다는 ‘권리 소진’ 원칙을 명확히하면서도, 제품의 상태가 물리적으로 변경되거나 훼손되어 상표의 본질적인 기능인 ‘출처 표시’를 저해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표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AIPPI 결의안 내용을 소개했다.
홍 변호사는 “국내 대법원 판례에서도 병행수입 제품의 구성품을 임의로 변경하거나(스토케 사건), 본래 제품을 소분하여 재포장하는 행위(리필 향수 사건) 등이 상표의 동일성을 해칠 경우 권리 소진의 예외로서 상표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있어 실무적인 주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AI와 저작권’ 결의안을 소개한 최승재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는 AI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 인정 여부는 각국의 입법 정책에 맡기되, 침해 발생 시 ‘AI 개발자’나 ‘사용자’ 중 누가 주된 책임을 지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해 참석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또한 정상태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가처분 단계에서 피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요건’ 세션을 통해 본안 판결 전 내려지는 가처분 결정이 추후 취소되거나 변경되었을 때, 피신청인(피고)이 입은 손해를 신청인(원고)이 어떻게 배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원칙을 소개했다.
AIPPI 세계총회 결의안은 신청인의 고의나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잘못된 가처분으로 발생한 실제 손해(Actual Damages)에 대해 배상 책임을 인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법원이 가처분 결정 시 신청인에게 적절한 담보를 공탁하게 함으로써 피신청인의 잠재적 피해를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안성탁 AIPPI Korea 회장은 “AIPPI는 매년 지식재산권 관련 주요 이슈를 선정하여 이를 연구하고 그 결과를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 그리고 각국 특허청, 법원 등의 국가 기관들에 제공함으로써 조약, 입법, 실무 등에 참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